리튬을 자리 수보다 많이 넣어 팔면체뿐 아니라사면체 자리에도 배치함으로써, 산소 반응을 안정시키고 충방전에 따른 전압 강하와 구조 변화를 줄인 비-암염 층상 구조의 고용량 양극 활물질.

발명의 배경과 필요성
양극재는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고 어느 전압으로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이자, 셀 재료비에서 가장 큰 몫(약 40% 안팎)을 차지하는 소재다. 하지만 현재 주력인 두 소재는 각각 한계가 뚜렷하다. 니켈 함량을 높인 삼원계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니켈·코발트 같은 고가 금속에 의존하고, 리튬인산철 양극재는 저렴하고 안전하지만 담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다.
그 사이를 메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리튬을 넉넉히 넣은 리튬 과량(리튬·망간 리치, LMR) 양극재다. 리튬 함량을 높여 전이금속뿐 아니라 산소까지 충방전 반응에 참여시키므로 용량이 크고, 값싼 망간을 주원료로 써 원가도 낮출 수 있다. 미국 완성차 기업과 국내 배터리 기업은 2028년부터 이 배터리를 전기 트럭과 대형 SUV용으로 양산하겠다고 밝히며, 같은 비용 기준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33% 높다고 소개했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도 파일럿 생산에 나서는 등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재가 수십 년간 주목받고도 상용화가 더뎠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존 리튬 과량 양극재는 남는 리튬을 전이금속 층의 자리에 끼워 넣어 자리 수를 맞춘 구조다. 이때 리튬에 둘러싸인 산소가 추가로 전자를 내놓아 높은 용량을 만들지만, 충전 중 리튬이 빠져나가면 이 산소가 불안정해져 일부는 기체로 빠져나가고, 빈자리로 전이금속이 옮겨 가며 구조가 조금씩 바뀐다. 그 결과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평균 전압이 떨어지는 ‘전압 강하’와 용량 감소가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입자 표면을 코팅하거나 다른 원소를 첨가하는 시도가 이어져 일부 성능이 개선됐지만, 문제의 뿌리는 원자가 놓인 구조 그 자체에 있다. 그래서 산소가 내주는 추가 용량은 그대로 살리면서, 리튬이 대량으로 드나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새로운 원자 배열의 양극재가 필요했다.
기술 원리 및 구현 방법
층상 양극재는 리튬 층과 전이금속 층이 번갈아 쌓인 ‘층층 선반’에 비유할 수 있다. 원자들은 산소 여섯 개가 둘러싼 정해진 칸, 즉 팔면체 자리에 하나씩 앉는다. 기존 리튬 과량 소재는 남는 리튬을 전이금속 층의 칸에 끼워 넣어 칸 수와 원자 수를 딱 맞췄다. 본 발명은 발상을 바꿔, 전기적 균형(전하 중성)은 지키되 칸 수보다 리튬을 의도적으로 더 많이 넣는다.
그렇다면 넘치는 리튬은 어디에 자리 잡을까. 산소 네 개가 둘러싼 더 작은 틈, 곧 리튬 층과 전이금속 층 사이의 사면체 자리다. 이렇게 과량의 리튬이 팔면체 자리와 사면체 자리에 나뉘어 들어가고, 두 층 사이의 원자도 일부 서로 섞이면서, 기존 암염 구조와는 다른 ‘비-암염’ 층상 구조가 만들어진다. 화학식으로는 Li1+x+yM1-yO2 형태로, 두 자리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을 각각 조절해 설계한다.
이 사면체 자리의 리튬이 핵심 역할을 한다. 산소 주변의 원자 배열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안정한 산소 상태가 만들어지고, 공사장의 버팀목처럼 구조를 받쳐 리튬이 대량으로 빠져나갔을 때 전이금속이 빈자리로 쏠려 들어가는 것을 억제한다. 그래서 산소가 내주는 추가 용량은 살리면서도, 기존 소재에서 문제였던 산소 기체 방출과 구조 변화를 줄일 수 있다.
이 구조는 실제 분석으로 확인됐다. 원자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자 전이금속 층 안에 리튬이 많이 들어 있고, 원자들이 일반적인 간격보다 촘촘하게 배열된 영역이 수 나노미터에서 수십 나노미터 규모로 나타났다. 리튬의 위치를 구분하는 핵자기공명 분석에서는 사면체 자리 리튬의 비율이 약 19%로, 기존 리튬 과량 소재(약 5%)의 4배 가까이 됐다.
제조 공정은 간단하다. 탄산리튬·탄산니켈·이산화망간 같은 원료 분말을 볼밀로 고르게 섞어 작은 알갱이로 뭉친 뒤, 공기 중에서 800~900℃로 굽고 빠르게 식혀 고온에서 만들어진 구조를 상온까지 붙잡아 둔다. 특수 장비 없이 기존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고상 합성법으로 만들 수 있다. 실험에 쓴 조성은 코발트 없이 니켈과 망간만으로 이뤄졌다.
기술의 장점 및 기대 효과
기술의 장점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용량과 함께 전압과 용량이 충방전을 거듭해도 잘 유지된다는 점이다. 첫 충방전에서 본 기술의 소재는 그램당 약 300mAh 안팎의 방전 용량을 보여, 기존 리튬 과량 소재(약 250mAh)보다 많은 에너지를 담았다. 지속성의 차이는 더 크다. 기존 소재는 70회 충방전 뒤 용량이 그램당 200mAh에서 120mAh로, 평균 전압이 3.58V에서 3.30V로 떨어진 반면, 본 기술의 소재는 같은 조건에서 250mAh에서 240mAh로, 평균 전압도 3.74V에서 3.73V로 거의 그대로였다. 100회 뒤에도 230mAh와 3.72V를 유지했고, 구조 변화의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존 해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표면 코팅이나 원소 첨가가 이미 만들어진 소재의 겉을 보호하는 방식이라면, 본 기술은 리튬이 들어갈 자리 자체를 새로 설계해 구조 변화의 원인을 줄인다. 특허는 사면체 자리에 이만큼의 리튬이 들어간 리튬 과량 소재가 기존에 보고된 바 없다고 밝힌다. 또 코발트 없는 니켈·망간 조성과 널리 쓰이는 고상 합성법으로 만들 수 있어, 성능 개선과 원가 경쟁력을 함께 노릴 수 있다.
활용방안 가장 직접적인 활용처는 상용화 경쟁이 시작된 리튬 과량 양극재 시장이다. 양극재·배터리 기업은 이를 전압 강하를 줄인 차세대 양극재 설계에 적용할 수 있으며, 전기 트럭·대형 SUV, 보급형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가 대표적인 수요처다. 같은 기술이 미국에서도 특허로 등록되어 있어 북미 생산 거점을 둔 기업과의 사업화를 검토하기에도 유리하다.
리튬 과량 양극재의 상용화를 가로막아 온 전압 강하를 구조 설계로 줄이면, 값비싼 니켈·코발트에 대한 의존을 낮추면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하는 길이 넓어진다. 이는 배터리 원가와 공급망 부담을 덜고,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가격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매물 IBL-26-1962
발명자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 이정화

